藝 道_평보서희환

호수에 사는 거북이 천년을 기다려야 한치 위의 연잎에 올라 앉을 수 있다는 경구는 이룸을 위하여 사는 사람들에게 크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여기에는 인내와 기다림과 여유가 그리고 뿜기 위한 축적이 그래서 달관을 배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작가에 있어선 목표를 위한 과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지난한 창조 작업에 있어서 이루겠다는 야망보다는 이루기 위해 쫓는 그것은 예술적 속성에 속하는 본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국 작가가 작품을 창조하지만 작품이 작가를 존재 시킨다는 창조 원리에도 합당 하다고 여겨 지며 작가로 하여금 결과된 작품이지만 어떻게 남기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남을 것인가란 뜻으로도 우회하여 이해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사명은 광부가 광맥을 쫓듯 부단히 파고 들어가는 일이라고 믿게 된다. 나는 오늘 잠깐 손을 멈추고 그 광맥의 어느 지점에서 지금 캐내 정제한 결과를 선보이려 하고 있다. 서예술에 있어서 그 맥은 너무 많고 다양한 것이어서 그 정제된 모습으로 값진 귀품을 이루는 일은 극히 벅찬 작업이고 그 품의 무게는 무한한 것이지만 다만 땀 흘리는 일이 창조인의 숙명이라고 믿고 천성으로 몰두할 일이 아닌가 한다. 서예술의 질긴 생명력은 그 자체가 오랜 세월 응집된 적흔이거니와 거기에 자기 숨결이 깃든 열매가 있다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나의 서작의 방법론에 있어선 이미 발표한바 있지만 守,破,離의 창신개념에 근거해 표출된 나의 離에 대한 평가는 내 몫이 아니다. 오직 원컨데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새로운 광맥이 보이는 행운이 있었으면 한다.

1991년 봄  서 희 환 개인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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