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破,離 의 辨_평보서희환

서예술의 창조 작업이 그 방법론에 있어선 다양할 수 있지만 그 방법 자체가 지나쳐 원리에 맞지 않으면 서예술의 본질 접근에 도로혀 본령을 방조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추구하는 방식이 너무 외형적이거나 가시적 형상에만 치우치면 서예술의 원형질 탐구와는 거리가 먼 내재율의 상실을 가져와 도금된 상태로 눈가림할 수 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예술은 다양한 개성으로 창출하되 서예술 만이 지닌 동양적 내면의 신비성 다시 말해 풍김의 격조를 향기로 끌어 내는데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긴다. 그것은 깊은 안목과 절제된 단순성 소박한 무욕 내지는 순수성으로 해서 고도의 예술적 직관력이 요구 된다고 보지만 그 불씨는 고전으로부터 그 원리를 터득하는데 있을 것이다.
이 길만이 속된 기교의 껍질을 벗는 첩경이며 서예술의 진수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한다. 그러기 위해 서예술 창출 방법의 기초가 되는 획이나 필력의 개념도 힘의 논리로 보지를 않고 질김의 논리로 이해하고 있으며 가장 강한 힘은 강한데 있지 않고 오히려 유한데 있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서예정신과 창조 방법으로 수졸의 천진이나 질박의 원시성이나 웅건의 초연도 자기가 서예술을 이끄는게 아니고 서예술 속으로 자신이 함몰하는 무념의 경이어야 한다는 종교심 같은 이치를 터득하고 싶지만 어디 가당한 일인가.
나는 우리 문자의 서예적 위상의 추구에 대하여 서의 원리에 근거해 창제된 문자형이라 하더라도 그 법전의 극소하고 그 전형도 생명감이 미흡하므로 그 돌파구는 서예술의 창조 방법론과 원형질을 추구하는 서의 정신을 기저로 한문서의 그 많은 비법을 우리 문자에 주입 접목해 새롭고 고격의 차원으로 끌어와 한서와 비견할 높은 격조로 창출해 내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나의 경우 이 일은 방법론이기에 앞서 사명감으로 느끼며 일관해 왔다. 그래서 갑골 길금 대소전 전후한예 육조에 이르는 무구불후의 법전과 광개토대왕비의 무애 탈속한 한서들을 탐미했고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 훈민정음 해례의 독특한 결체와 행초에 영향된 토반들의 꾸밈없는 그러면서 원초적 생명감이 있는 우리 서품에 대해서도 좌우에 가까이해 왔다. 뜻 밖에도 한문서 몇점과 문인화 몇점을 곁들인 바도 이런 한결같은 추구에 대한 변증일지 모른다.

이번에 펼치는 작품들이 오랜 세월 오늘에 이른 집약된 소산이지만 한편 나의 이러한 이상에도 불구하고 더 다다르지 못함을 한하는 터라 차제에 높은 눈을 가진 분들의 채찍으로 하여 보다 밝은 개안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1990년 봄 서 희 환 개인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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